마음의 공간

"정말 좋은 것들은 빨리 사라지는 것 같아."

아비채 2025. 6. 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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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을 하면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그냥 흘러나왔다는 게 맞는 것 같다.

생각하고 말한 게 아니라 그냥 나왔기 때문이다.

 

"정말 좋은 것들은 빨리 사라지는 것 같아."

 

내가 좋아하던 카페,

아름답게 피어 산책할 때마다 기쁨을 주던 장미 넝쿨도 머지않아 곧 시들려고 한다.

열흘 붉은 꽃이 없다는 옛말을 상기하게 한다.

 

 

 

01
장미

 

 

돌이켜보면, 내가 좋아했고, 편안했던 것들은

나의 의도와 상관없이 그냥 가버린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좋아했던 환경, 내가 편안함을 느꼈던 지인이나 친구, 모임, 내가 좋아했어 취미 동아리,

내가 즐겁고 편안했던 작은 조직, 내가 오롯이 즐길 수 있었던 작은 공간 등

 

학창 시절에 친했던 두 친구가 있었다.

중학교 때 짝꿍으로 나보다 어른스럽고 성숙했던 친구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의지가 되는 친구였다.

그날은 쉬는 시간에 티격태격하게 되었는데 늘 받아주던 친구가 그날은 받아주지 않았다.

그러다 수업이 시작되었고, 그렇게 하교를 하게 되었다.

 

다음 날에 그 친구가 등교를 하지 않았다. '이상하다. 왜 안 오지' , 그렇게 며칠이 흘러갔다.

여러 날 시간이 흘러서 알게 되었다. 대구로 전학을 갔다는 것을,,,

 

티격태격한 날은 이미 내일 떠나기로 결정된 날이었다.

나는 궁금했다. '왜 나에게 말을 하지 않았을까?'

그렇게 반년쯤 시간이 흘렀을까?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

그 친구에게서 편지가 왔다. 동급생들과 함께 찍은 사진과 함께

'늦게 편지를 보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세월의 조류에 휩쓸리다 보니 이제야 소식을 전한다'는 내용,

그리움을 전하면서 새로운 환경에서 이제는 적응하고 잘 지낸다는 이야기였다.

 

엄마와 있다가 아버지에게로 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아마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그렇게 그 친구는 거리만큼 소식이 뜸해졌다. 어딘가에서 건강하게 잘 살고 있으리라.

 

고등학교 때 친한 친구가 있었다. 단짝으로 역시 성숙하고 어른스러운 친구였다.

그렇게 잘 지내다 서로 다른 지역으로 진학을 하게 되었고, 가끔 만남도 이어졌다.

그 친구는 졸업 후 결혼하면서 미국으로 가게 되었고, 몇 번 편지와 사진을 주고받다가 소식이 끊겼다.

그 친구도 미국 땅에서 잘 살고 있겠지...

 

세월이 많이도 흘러 그리움마저 저 멀리 희미해지지만 고마운 친구들이다.

 

오늘 문득 흘러나온 ' 나에게 좋은 것들은 빨리 사라지는 것 같다'는 말이

두 친구를 기억하게 한다.

 

반면에 나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들은 끈질기게 붙어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가벼운 것들은 털어내 버리면 그만이지만, 그럴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불편함이나 고통을 주는 것들은 익숙해져 간다.

타협과 조율 통합의 과정을 거치면서 이제는 불편함이나 고통보다 익숙함으로 다가온다.

버티고 견디고 살다 보니 익숙해지고 더 이상 불편함을 주지 않거나

불편함이 아주 많이 해소되기도 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좋아함과 불편함의 순간과 지속, 여러 만남과 헤어짐을 겪으며

불편하고 힘들기도 했지만,

오래 묵혀 익숙해진 묵은지같이 푹 익은 편안함이 더 깊다는 것도 알게 된다.

 

묵은 편안함이 함께하니

오늘도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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