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산책은 신선함과 에너지를 주는 루틴이 되었다.
감기로 몸이 힘들거나 아침부터 일정이 있을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아침 산책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요즘처럼 날이 좋고 자연이 싱그러울 때는 더욱더 시너지를 주며 '이런 날 산책을 하지 않는다면... 그건...'
읊조리기도 한다.
인생 후반부에 접어든 시기라 이런 말도 한다.
'이런 좋은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게 몇 년이나 남았을까?' 그건 알 수가 없다.
떠날 날은 누구도 모르기에, 그래서 걸을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다니자는 말을 나누기도 한다.
산책하면서 들리는 카페가 있다. 때론 빵집에 들르기도 하지만,
거의 90프로는 친근한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잠시 멍 때리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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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우리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오늘 아침은 드물게 근처 빵집에서 빵과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나오는데 익숙한 카페에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50% 할인이라는 문구가 먼저 들어왔고, 작은 글씨로 8월 31까지만 운영을 한다.
고별 할인을 하는 것 같다. 계약 기간의 만료로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이런, 아쉬움이 밀려온다.
이미 커피를 마셨지만, 한 잔 더 마시기로 하고 들어가 익숙한 카페 매니저에게 확인해 본다. 맞단다.
늘 앉던 자리에 앉으며, 아쉬움을 나눈다.
'3개월 며칠 남았는데, 이제 부지런히 와야겠네.' 커피값도 50% 할인이니 가격 부담도 적다.
우리의 자리에 앉으며 '이제 우리 아지트가 없어졌으니,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바로 옆에 있는 카페로 가야 하나?'
3개월이나 남았는데 그 후를 생각하니 많이 아쉬워진다.
오늘 어쩌다 빵집에 갔다. 앉아 있는 시간은 10분 남짓 자리가 편하지 않았다.
그저 아침 요기를 하는 시간일 뿐, 다 먹고 나니
일어서야 할 것 같아서 바로 일어나 나오다 익숙한 카페에 들르게 된다.
장소의 힘을 느낀다. 커피와 디저트를 사고 먹고 마시는 것은 같은데, 마음의 편안함을 다르다.
그게 장소가 주는 힘인 것 같다.
비슷한 기능을 하는 곳인데도 편안함을 주며, 잠시라도 멍 때릴 수 있는 곳과
쉼과 여유를 주지 못하고 금방 일어서야 하는 곳의 차이를 느낀 아침이다.

사람도 비슷한 것 같다.
편안함을 주는 사람은 다시 만나고 싶다.
그런 사람은 편견이 아직 없거나 적은, 순수한 아이이거나 아니면 진짜 어른이 된 사람일 것이다.
아쉬움도 많지만,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만남과 헤어짐으로 이어진 게 삶이라
아쉬움으로 남고, 그리움도 생기겠지만,
또 다른 장소가 우리들에게 올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그리움의 장을 넘기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또 익숙해져가는 날들이 3개월 후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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