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고용인의 죽음' 중에서
'집이란 당신이 방문할 때마다 의무적으로 맞아주어야 하는 곳이죠.
집에 가기 위해 무슨 자격을 갖춰야 하는 건 아니에요.'
프로스트의 '고용인의 죽음'이란 시에서 위 구절이 다가왔다.
무슨 자격이 있어야 가는 곳이 아닌 곳
의무적으로 맞아주어야 하는 곳
집이란... 그런 곳을 꿈꾼다. 아니 그런 곳이다.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 란 시가 떠오른다.
어쩌면 '집' 같은 존재, 집 같은 대상을 그리워하는 시라는 생각도 해본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에 가까이 있었으면 좋겠다.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 끌고 찾아가도 좋을 친구,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마음 놓고 열어 버릴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를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누구나 그런 친구를 원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
그런 친구를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대체로서
외로움과 공허감을 채우기 위해 이런저런 것들을 찾아
이런저런 것들을 해 보면서 지낸다.
그 누구와도 연결감을 느끼기 어려운 존재들은
자신과도 연결되지 못해 이리저리 헤매고 다닌다.
그러다 집 같은 대상을 찾으면 다행이고,
끝끝내 헤매다 말 수도 있다.
세상을 살아갈수록 그런 존재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는다.
기대할수록 외로웠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과 연결되는 행운을 얻어서
스스로가 그런 존재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휴의 시작, 날씨가 흐린 날
삼일절
위인 유관순에 대한 글을 읽은 날
오후 늦은 시간에
집이란, 친구란, 안식처란, 사람이란, 삶이란
외로움과 공허감이란 영원한 인생살이의 화두
단상이 떠올라 그려보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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