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본 영화(넷플릭스 시리즈물) ' 사나운 땅의 사람들'에서
다가온 대사가 있다.
"그냥 고통일 뿐이야"
"나 여기 있어요."
'사나운 땅의 사람들'은 미국 개척 시기 서부극으로, 황량한 겨울을 배경으로 한다.
생존을 위한 투쟁과 싸움, 질서가 잡히기 전 살벌하고 사나운 세상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사나운' 아니 그보다 더 '참혹한 땅'이라 생각되었다.
도덕과 법이 미치지 못하니 양심 또한 숨어버리는 것 같다.
생존을 위해서 죽고 죽이는, 그 속에서도 피어나는 인간애와 사랑... 그리고 믿음,,,
겨울에 피는 동백꽃을 닮은 것 같다.

어렸을 때 주로 서부극을 보면,
인디언과 정착민 백인 간에 벌어지는 사건과 싸움을 선악의 구도로 나누고
인디언을 악인으로 설정된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백인의 시각에서 제작된 영화라 그렇다는 것을 모른 채
아무 비판 없이 백인들을 마음속으로 응원하며 시청하였었다.
최근에 제작된 '사나운 땅의 사람들'은 예전의 설정에서 벗어나 있어서 보기가 편하고 좋았다.
정착민 백인들은 서로 여러 갈래로 나누어져 싸우고 죽이고,
서로 속이고 배반하는 여러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과 더불어 지혜롭게 살아가던 인디언들이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어갈 수밖에 없었던 서부 개척의 역사는 많이 안타까웠다.
인디언의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에 순응하며 어우러져 살아온,
오랜 세월 닦인 정신적 삶의 역사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자연친화적인 삶의 모습과 지혜는 요즘 사회에서 필요한 부분이고
심신을 치유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주인공인 아이작은 어렸을 때 인디언에게서 키워진 백인으로
현상금 사냥꾼에게 쫓기는 주인공 로웰 부인을 아들과 함께 원하는 목적지로 데려다주는 역할이다.
로웰 부인의 아들은 이동 중 말에서 떨어져 다리를 다친다. 염증이 심각해져서 다리를 잘라야 하는 상황에
부인과 아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고 두려워한다. 그때 아이작이 한 말은 "그냥 고통일 뿐이야"
그냥 고통일 뿐일 수 없지만, 그 한마디는 큰마음을 먹는 데 도움이 된 것이 분명하다.
어렵고 어려운 쫓기고 쫓기고 과정과 과정에서 만나는 생존 투쟁에서
로웰과 아이작은 서로에게 깊은 신뢰와 애정이 싹튼다.
거의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마침내 모든 역경을 이겨내고 모든 게 다 좋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침입자의 공격으로 아이작은 배에 총상을 심하게 입는다.
죽어가는 아이작에게 로웰은 해줄 게 없다.
그때 로웰의 대사가 다가온다
"나 여기 있어요." 다.
어쩌면 그 말이 전부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종을 앞두고 있는 환자들을 돌보는 호스피스 간호사
해들리 블라호스는
'삶이 흐르는 대로'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이야기한다.
간호사로서 폐질환 환자가 숨쉬기 힘들어할 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 때가 있다.
병원이라면 산소호흡기를 쓰거나 여러 장치들을 동원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일 텐데, 집에서 돌보는 환자들은 고통을 줄이는 약은 투여하지만,
연명의료 대상이 아니므로 당황할 때가 있었다고 한다.
'힘들어하는데 내가 뭘 해야 하지?' '해야만 할 것 같은데',
'할 수 없어서', 순간 당황하고 몰려오는 자괴감...
그러나 환자가 원하는 것은 의료 기구도, 부산스러운 움직임도 아니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어
'손을 놓는 일'도 뭔가를 하는 거라는 관점이 생겼다고 한다.
'뭔가 해야만 할 것 같아~!'
뭔가 해야만 존재로서 역할을 하는 것 같은 착각에서
'아무것도 해줄 게 없네',라고 느끼는 과정은
'그냥 가만히 있는 것도 뭔가를 하고 있다는 관점'에 대해 생각해 본다.
환자들은 조용히 곁에 있어주는 것을 원할 지도...
나의 관점에서 벗어나 상대의 관점에서 보는 연습이 필요해 보인다.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 '그냥 고통일 뿐이야'라는 확장된 사고는
어쩔 수 없는 힘든 결정을 받아들이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 같다.
새로운 한 주도 감사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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