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는 연습

콩쥐 팥쥐에 대한 생각

아비채 2025. 2. 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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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이방인, 마이너...

인사이더, 방인, 메이저,,,

 

모임에서 아웃사이더로 살아가기를 화두로 몇 번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

 

콩쥐와 팥쥐 중 아웃사이더, 마이너를 고르라면 누구일까? 콩쥐라고 생각한다.

팥쥐는 든든한 백을 가지고 있다. 늘 자기편에 서주는 엄마 백이다.

 

콩쥐는 누구도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원래 방인이었던 콩쥐가 이방인이 된다.

새롭게 방인의 위치를 차지한 팥쥐와 새엄마의 멸시와 괴롭힘을 힘겹게 견디며 살아낸다.

그렇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어슴푸레 해지는 초저녁에 뜬 달, 2025.2.11, 이르게 뜬 달은 관심이 덜 갈수도

 

 

 

든든한 백이 있으면 세상을 살아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혈연, 지연, 학연이 돈독함을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혈연이 끈끈하면 새로운 가풍으로 들어간 며느리, 사위가 고달플 수 있고

지연을 너무 중시하면, 지방으로 귀농, 귀촌, 새로운 전원생활의 적응이 만만치 않고,

학연을 앞세우면, 입시경쟁이 식을 줄 모르고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생길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고달프고 어른들이 고달프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 가치가 무엇인지 고려할 여유는 없어진다.

이미 정해진 진로, 명문대, 전문가를 우선시한다. 지난해 의정 갈등을 보다면,,,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백이 없어 슬픈고 고달픈 삶을 사는 콩쥐는 무엇으로 위안을 받을 수 있을까?

 

몇 년 전 어떤 경로로 들어와 한동안 들고 다녔던 에코가방에 '넌 나의 든든한 백'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글귀가 너무 선명해서 좀 신경이 쓰일 때도 있었지만, 에코가방을 좋아하는 나는

튼튼하고 가볍고 크기도 적당하고 하얀색이라 가까운 외출에서 손이 많이 갔었다. 

그 글귀는 든든한 나의 백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했었다.

 

 

나의 친구 에코백

 

 

나는 백이 없는 편이다. 특히 사람 백은 없다.

왜 백이 없을까? 왜 내 편은 없을까? 특히 경쟁 사회에서 만나는 경우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었다.

경쟁 사회에서 심적으로 콩쥐였다.

 

팥쥐들이 부럽기도 했다. 든든한 아군으로 무장하니 두려울 게 없어 보였다.

내 편이 없는 나는 현장에서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꼈었다.

 

시간이 흘러서

아~! 나에게는 사람 백이 없구나~! 사람 백이 부족하구나~!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구나~!

선배 백, 동료 백, 스승 백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인정하게 되었다.

사람 백을 만들려고 노력도 많이 했지만, 노력할수록 어긋나는 것을 느꼈고,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여러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국립 중앙 박물과, '어느 수집가의 초대'(이건희), 생각하는 여인, 2022

 

 

코로나 시기는 여러 관계들에 대한 마음 정리를 하는 시간이 되었다.

거리를 두고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니 많은 부분들이 정리가 되었다.

그중 하나는 어떤 이유인지?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저절로 정리되기도 했다.

아쉬운 이유는 그 모임은 나의 정서적 백이 되었던 것 같다. 거기까지가 시절 인연으로 받아들였다.

아마도 코로나 시기가 기존의 질서를 흔들었고, 새로운 가치와 질서를 가져온 부분이 있는 것 같다.

 

가능한 것은 내가 예전에 비해서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 힘이 생겼다는 점이다.

내 편이 없음에서 오는 외로움과 소외감을 느끼지 않는다. 기대감을 내려놓았기 때문이다.

 

혼자서도 잘 지낸다. 절약된 시간들은 내가 원하는 일들에 할애한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관계를 나의 속도로 맺어간다.

그 이후 내가 나가는 친목 지인 모임을 1개로 줄어들었다. 내가 선택해서 만든 모임이다.

 

권선징악의 개념으로만 보던 콩쥐와 팥쥐를 백의 개념으로 보니 흥미롭다.

전래동화에서는 권선징악이 필수이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내가 내 편이 되어주는 것, 가장 든든한 나의 백이다.

내가 내 편이 되어주면 좋은 사람들이 또 인연 따라 들어오게 된다.

 

나의 백이 되어주는 하루 열어가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감사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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