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접한 그림책 ' 꽃들에게 희망을'/ 트리나 폴러스
감명 깊게 다가왔었다.

"그토록 고생해서 올라온 기둥이 수천 개의 기둥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니!
수많은 애벌레가 꼭대기까지 올라오느라 헛고생을 하고 있어!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해, 하지만.....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뭔가 아닌 것 같은데... 그러나 다른 무엇이 있지 않을까?
세상의 방향성을 따라가다 보면
생존은 결코 녹록지 않다. 생존은 그런 것 같다.
20대 학업과 직업적 안정을 이루고 싶으나, 혼란과 방황으로 다가왔고
30대 직업인, 육아와 가사, 새로운 관계, 새로운 역할이 녹록지 않아 육체적, 정신적으로 가장 힘든 시기였다.
40대 경력단절로 인한 부적응으로 자신감 하락, 우울, 무기력, 방향성 혼란, 사추기의 갈등을 겪었다.
50대 생존과 역할의 시간, 자녀를 앞에 세우고 뒤로 물러나 있던 시간이 흐르고, 나를 찾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기이다.
60대 이후, 여전히 발목 잡는 부분이 있지만, 역할이 점차 가벼워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지금부터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
질 수 있다면 삶은 풍요로워질 것이다.

"나는 나비를 보았어,
삶에는 보다 나은
뭔가가 있을 거야."
경력단절의 시기에 문화센터에서 강좌를 잠깐 들었을 때
매우 인상적이었던 내용이 있었다.
인생 전반기는 생존을 위한 시간으로 치열하게 생존을 위해 나를 잊고 살아가는 시기
인생 후반기는 비로소 생존에서 벗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인생 후반기, 나를 위한 시간이 주어진다.
많은 역할에서 가벼워지면서, 하고 싶었던 일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나를 알고 싶었고, 살아오면서 느꼈던 수많은 갈등의 원인을 알고 싶었고, 배우고 또 나누고 싶었다.
삶의 힘든 고비들을 넘어가고 있는 이들과 함께...
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이렇게도 정의하였다고 한다. '주어진 고유의 기능을 잘 해내는 것'
삶의 주기, 변화의 과정에서 주어지는 역할에 저항하며 살아왔다.
관습에 무조건 따르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삶은 덜 순조로웠던 같다.
저항의 무게는 무거웠고 힘들었지만. 그 저항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모습도 나이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니, 마음의 여유가 생긴다. 무겁던 역할도 줄어들고, 또 가벼워져간다.
여태 남아있는 주어진 고유의 기능들도 가벼워져간다. 즐겁게 가벼이 할 수 있는 마음도 생겨난다.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인생 후반기는
인생 전반기보다 훨씬 자유롭고 풍요로울 수 있다고 생각된다.
20대 까지는 아니 30대까지는 부모의 영향 속에서 살고
40대부터 60대까지는 비로소 자유의지가 생기며
60대부터 80~90대는 비로소 창조적인 자기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전반기의 패턴을 벗어나 창조적인 삶의 예술가로서
나의 삶을 디자인하고 진화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시기라서 희망적이다.
생존의 과정을 거치면서, 삶의 방향성이 보이지 않아
어깨에 잔뜩 무거운 짐을 짊어져야 하는 생존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희망이 있다.
그게 바로 인생 후반기다.
애벌레가 고치속에서 보내는 시간이 필요하 듯, 지금의 시간을 잘 살아낸다면...
나를 위한 햇살 같은 시간이 20~40년 이상 기다리고 있다고...
꽃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애벌레 기둥에서 나와 훨훨 나는 자유로운 나비가 될 수 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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